• Young s. Shin

너의 본가를 떠나...

Updated: Dec 23, 2017

부모로 산다는 것, 참 힘들다. 자식도 품 안에 있을 때, 자식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변해 버린 자녀들의 모습에 당황스러워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세탁인들은 그런데로 나은 편이다. 다른 직종에 비해서 더 많은 시간을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최소한 저녁이라도 함께 할 수 있으니 그래도 대화의 채널이라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지 중 한 사람이 주위에서 보면 세탁인들의 자녀들이 다른 직종보다 훨씬 바르게 성장하고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하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록 일은 어렵고 힘들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자녀들에게 본이 되었을 것이고 다른 직종보다는 규칙적이고 휴일이라도 쉴 수가 있으니 자녀들과 함께 여행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니 자연스럽게 자녀들과의 소통으로 그들의 고민과 앞으로의 진로등을 부담없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고민 하나 하나를 가족이 공유한 문제로 대두되어 좀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도 그랬듯이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함께 떠나던 여행도 서서히 함께 하기를 멀리하는 자녀들의 모습이 서운함 마저 들게 한다. 나도 애들이 대학 2학년때 마지막이라는 선포와 함께 White Mountain을 다녀온 뒤론 가족 여행은 끝났다.


가끔은 서운한지 집 사람은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해보지만 돌아온 답은 두 분이 잘 다녀오세요 라는 인사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조금은 실망한 기색이 보인다. 그러나 어찌하리요 이제는 둘이 노는데에 익숙해져야겠다. 이것이 삶의 현실이고, 그것이 정해진 길이다. 자녀들은 이렇게 서서히 부모로부터 떨어져 그들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방법을 바꾸었다.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자고 요구할 때 비록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라도 따라 가기로 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능동이 아니라 수동적 자세로 따라 다니니 그런데로 재미가 있다. 한편으로는 늙어간다는 것이, 지나온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여자의 일생처럼 부모를 의지하다, 남편을 의지하고, 끝내 자식을 의지하는 삶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하루는 그림을 그리러 가자고 한다. 초등 학교를 졸업한 뒤 언제 그림을 그려 보았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니 너희들 끼리 다녀 오거라 한 마디를 남기고 난 은근슬쩍 빠져 본다. 이번에는 집 사람이 나선다. 아니 얘들이 같이 가자고 하면 좋다고 따라 나서야지 빨리 준비해요, 같이 가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몇칠 뒤면 26년 6개월을 함께 한 막내 아들 놈이 집을 사 분가해야 한다는 현실이 더 이상 안 가겠다는 소리를 못하고 주섬 주섬 옷을 차려 입었다.

Meet, Drink, Paint 라는 행사이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 한 사람들과 만나 음료수나 와인을 마시며, 그림을 그린다. 생각만 해도 뒷거름질 하고 싶다. 그러나 집에서 30분 떨어진 갤러리에 도착하자, 호기심이 생겼다. 태어나 처음으로 만들어 보는 작품 그것이 가능할까?





이제 자리에 앉아 주위 사람들과 눈 인사를 하고 작업을 할 준비를 한다. 작업용 Apron을 걸치고 보니 제법 화가다운 티가 나는가? 그래도 준비는 다한 것 같다. 오늘은 호랑이를 그리는 날이다. 속도 모르고 집 사람은 하얀 캔퍼스 위의 밑그림은 여우를 닮았다고 웃어 된다. 그러나 서서히 가르쳐 주는대로 그리다 보니 어느덧 호랑이의 모습은 보인다. 입가에서 미소가 번진다. 세상에, 내가 그림을 완성하다니 헛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그림을 그린 뒤 검사를 받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가 보다. 어찌되었든 또 하나의 추억이 만들어 졌다.

얼굴 하나 제대로 못 그려본 사람이 그림을 그렸다. 물론 비 전문가인 내 눈에도 한심스러운 그림이다. 그래도 좋다. 언제 다시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3-4시간을 함께하며 그림을 그려보겠는가?

그림 그리기를 마친 초보 화가님들은 연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아! 이것이 행복인가 보다. 함께 하는 즐거움, 함께 하는 행복함, 오늘은 나도 느껴본다. 실제로 난 미술은 전혀 싫어 했다. 소질도 전혀 없고, 노력도 안 하고, 준비도 안 해 갔으니, 학생 때 미술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또 준비물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서 선생님께 야단을 맞는 날은 아이고 생각도 하기 싫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 좋다. 행복하다. 난 그림보다는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 항상 흥얼 거리지만 그림은 전혀 소질이 없었는데 소질이 없으면 어떠하리 함께 해서 줄거움이 있었으면 되었다. 이것으로 오늘은 대 만족이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로 입학식도, 졸업식도 엄마만 보낸 아빠의 미안함과 그동안 잘 했다는 칭찬 한번 하지 못한 후회와 사랑한다는 말이 쑥스러워 하지 못했는데 이제 집 떠나는 막내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 아빠는 네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너의 곁에는 영원한 너의 편인 엄마 아빠가 있단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난 이렇게 서운함과 함께 자유로움을 나의 집 사람에게 선물하였다. 어느덧 집 떠난지 1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몇년은 지난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뭐가 그리 궁금한지 전화를 하고 반찬을 만들려고 한다. 난 소리 지른다. 그만, 이제 더 이상은 신경 쓰지 말고, 오직 나 한테만 잘 하시면 됩니다. 마님! 알겠어요. 하던 것을 멈치고 그래 그만 해야지 그러나 말과는 달리 또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강제로 소파에 앉히고, 이제 그만 지금 부터 우리는 둘 만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삶인거야. 일장 연설을 늘어 놓는다. 이제 자식들을 떠나 보내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말처럼 삶이란 좋은 벗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는 길과 같다고 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좋은 벗을 찾아야 한다.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 길은 서산에 해가 지면 멈추지만 마음의 님을 따라 가고 있는 나의 길은 꿈으로 이어진 영원한 길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방랑자여 방랑자여 노래를 불러라 오늘은 비록 눈물 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먼 훗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라.

여러분 힘 내세요? 그래도 우리들 곁에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가 지켜야 하고 우리를 기쁘게 하는 자녀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우리 더 열심히 또 하루를 살아봅시다. 사랑합니다.

화가는될 수 없어도 좋은 부모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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